농부의 생계는 우리 모두의 책임 아닐까? <우리 모두의 조상은 농부였다.>

관리자
2026-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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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차, 농부의 삶. 38살 여자에 아이 한 명이 있고 뱃속에 한 생명이 태어날 준비를 하고 있다. 한때 항공사 승무원을 했던 이 여자는 농부가 되어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며 '농부의 삶'에 깊이 들여다보고 있다. 


할머니, 아버지 모두 농부였고 더덕농사를 3대째 짓고 있다. 시골이 싫어 떠나 항공기 승무원이 되었지만 화려한 삶과 지친 인간관계는 나를 자연스레 조용하고 나를 편안하게 해주는 나의 고향으로 인도해 주었다. 시골에 내려와 보니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재미있는 농업의 세계, 안타까운 농업의 세계를 감히 체험하며 이들의 속사정에 씁쓸한 현실을 마주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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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결말과 행복한 과정만을 가진 농부들은 없었다. 농업은 사업과 정말 비슷한 점이 많다. 멋진 시골 라이프나 리틀포레스트 같은 낭만적인 삶을 살지 않는다. 여긴 전쟁터와 같다. 내가 애써 키운 작물들이 버려질까, 제 값을 받지 못해 손해를 볼까, 그러다 농사가 망해 1년 수익 없이 살아가는 일이 올지도 몰라 노심초사하며 정신을 똑바로 차리는 일들이 허다하다. 조금이라도 판매가 수월하고 인기 있는 작물을 하면서 인건비를 최대한 줄일 수 있는 작물선택도 매우 중요하다. 


사업의 생존율이 10%도 되지 않는다고 한다. 농업도 마찬가지인 거 같다. 귀농인 10% 정도만 오로지 농업으로 먹고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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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나머지 90%는 도대체 무엇을 위해, 혹은 무엇을 버텨가며 농사를 짓는 걸까.

답은 의외로 단순하다. 그래도 누군가는 이 땅에서 작물을 키워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매일 먹는 밥 한 그릇, 나물 한 줌, 더덕 한 뿌리까지도 결국 누군가의 노동과 위험을 거쳐 우리 식탁 위에 올라온다. 다만 우리는 그 과정을 너무 쉽게 잊는다. 깔끔하게 진열된 마트의 매대 위에서, 새벽배송의 편리함 속에서, 농부의 얼굴은 점점 지워진다.


나는 도시에서 살아봤기 때문에 안다. 그 삶 속에서 농사는 멀고 낭만적인 이야기로만 존재했다. 시골은 가끔 떠나는 여행지였고, 농부는 다큐멘터리 속 한 장면이었다. 그런데 거슬러 올라가 보면, 우리 모두의 조상은 농부였다. 몇 세대만 거슬러 올라가도 우리의 할머니, 할아버지는 땅을 일구며 살았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모든 것의 시작점엔 흙과 땀이 있었다.


그 사실을 자주 잊은 채, 우리는 너무 쉽게 농업을 효율이 낮은 산업, 도태되어야 할 일로 치부한다. 값싸고 풍족한 먹거리를 당연하게 여기면서, 그것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의 생계는 정작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다.

나는 농부의 생계가 농부 개인의 노력과 선택만으로 결정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식량은 결국 모두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다. 그렇다면 그 식량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의 삶도, 우리 모두가 함께 책임져야 하는 영역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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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정책을 말하려는 게 아니다. 작은 것부터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먹는 쌀 한 포대, 채소 한 단이 어디서, 누구의 손을 거쳐 왔는지 한 번 더 떠올려보는 것. 조금 비싸더라도 정당한 가격을 지불하는 것. 농부의 이야기에 한 번쯤 귀 기울여 보는 것. 이런 작은 인식의 전환들이 쌓여, 농부가 소신을 지키며 농사지을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줄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나는 이제 곧 둘째 아이를 낳는다. 두 아이 모두, 4대째 더덕 농사를 짓는 집에서 자라게 될 것이다. 이 아이들이 자라서 농부라는 직업을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농사가 누군가의 희생이 아니라,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는 일이 되었으면 좋겠다.

농부의 생계는 결국 우리 모두의 식탁과 연결되어 있다. 그러니 그 책임도, 우리 모두에게 있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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